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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하고 사나요

[리뷰] 스물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


 어느날 엄마가 '조안리라는 여자가 끈 책 한권만 사와봐.'라며 전화를 주셨다. '아무 책이라도 좋으니 조안리가 쓴 책이면 돼.'라는 별 까탈스럽지 않은 주문.

 때문에 마침 외출 중이던 나는 별 불만없이 근처 서점에 가서 낯선 제목의 책을 한 권을 집어들었다. 굶주린 아이처럼 건네드린 책을 금새 읽어버리곤 2권을 사달라 부탁하신 엄마. 평소 여유롭게 천천히 읽어내려가는 독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엄마를 이렇게나 빠져들게 만든 책이 대체 무얼까..궁금해진 나도 슬며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 영화 속 이야기같은, 아니 거짓말 같은 스물셋의 사랑
(1권-러브스토리편)


 책을 펼치면 차례를 소개해 주는 바로 앞 페이지에 웬 필기체의 영문 편지들이 흐릿하게 겹쳐 인쇄되어 있다. 처음 책을 펼친 나로서는 이게 뭐지?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 궁금증은 곧 풀 수 있었다.

23살의 나이에 49의 카톨릭 신부와 결혼한 여자 조안리. 그녀가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얻어 킬로렌 신부와 결혼하기 까지 온갖 세상의 굴레와 시련을 견뎌내며 그의 남편과 주고 받았던 편지들이었음은 책을 절반가량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고 서툰 한글로 적힌 안부 인사와 마음 속 사랑을 가득 담은 긴 장문의 편지들은 그들이 나누었던 사랑을 부러워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견디고 이겨내야 했던 것은 비단 26살의 나이 차이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인과 미국인의 결혼. 가톨릭 신부와의 결혼. 선생과 제자의 결혼 등등 세상에서 정해 놓은 금기사항들은 모두 갖추고 있었고 그들을 보는 모든 이들이 절대 안된다 라고 말했지만 둘은 끝까지 서로를 믿었고 결국 이루어 내었다.

사랑은 참 위대하고,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천이구나..라고 생각하게 한 이들의 사랑.
비록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갔지만 떠나가는 자신보다 남은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거짓말이라고 하면 모두 믿을 수 있을 그런 사랑 이야기가 오랜만에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뱡향을 읽어버린 내 마음 속 나침반에 희망의 용기를 불어넣어 준 마흔 아홉의 성공
(2권-비지니스편)

 
2권은 지금까지 그녀가 조선호텔 PR 매니저, 세계적인 PR 회사인 버슨미스텔러 한국 지사 사장, 스타커뮤니케이션 사장 등으로 일해오면서 겪었던 비지니스적인 부분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것도 없은 홀홀단신으로 미국땅으로 건너가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며 현재의 위치에까지 오른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시작하기를 겁내 머뭇거리는 내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휴가차 미국에서 한국으로 방문한 기간 동안 우연히 보게 된 조선호텔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총지배인과 약속을 잡고 당당하게 자신을 고용하라고 말한 여자. 그 이외에도 수많은 프로젝트와 사업들에서 그녀의 실천과 추진력을 보며 쓸데없이 걱정만 하기 보단 무모해 보이더라도 한 번 도전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값진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잔 다르크(Joanne d'Arc)의 용기가 맘에 들어 자신의 세례명으로 선택한 중학생 소녀는 그 후로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고 나 같이 그녀의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홍보란 결국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일이다. 잘못 알려져 있는 것은 바로 잡고(change), 알려져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 정보들을 새로이 창출해내고(create), 꼭 알려야 될 것들은 더욱 강조하여(reinforce) 대상집단(target audience)을 설득시킨 다음, 그들로 하여금 홍보의 주체가 원햇던 행도을 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홍보이다.                                              
                                                                                                     -책 본문 중에서...
 홍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제대로 도입되지 않았던 시기에 조선호텔 PR 매니저로 일하며 홍보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고 결국 스타커뮤니케이션이라는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여 정부에서 주도하는 굵직굵직한 프로젝트까지 담당한 이 여성이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보며 홍보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 볼 수 있었다. Buy me가 아닌 Love me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홍보. 그 홍보 업무의 중요성과 매력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던 2권이었다.

# 스물셋에서 마흔아홉까지...그리고 내 나이 스물넷에서...
 모든 산의 정상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진리인가? 우리가 산에 오르는 이유는 어쩌면 정상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되풀이하여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젋은 시절의 나 같았으면 왜 이곳에는 아무 것도 없느냐고 성깔을 부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제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다. 정상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의 그 아름다운 도덕성에 대하여. 만약 누군가가 보다 빨리 정상에 도달하기 위하여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다면 나는 나직이 말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봐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달려가고 있는 거예요? 저 위엔 아무 것도 없다구요. 그러니 그렇게 달리는 대신 저 길섶에 피어있는 꽃향기를 한번 들이마셔보라구요. 그러나 만약 그가 내게 당신은 왜 올라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때는 그저 슬핏 미소를 지어보이는 수밖에 없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고 말리라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보다 덜 허망하기 위해서라도 삶에는 또 다른 지평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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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본문 중에서..
나는 지금 계속 산을 오르고 있다. 정상이 어디에 있는지, 내가 지금 오르고 있는 산이 어떤 산인지, 방향은 맞게 가고 있는지, 얼마나 더 올라야 하는지 아직 아무것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뭐 대수겠는가. 그녀의 말따나 길섶의 들꽃을 보는 것도, 하늘의 뭉게구름을 바라보는 것도 그 나름대로 충분이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