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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하고 사나요

장기하와 얼굴들_말하러 가는 길

2009.02.19

참 귀하게도 얻은  EBS 공감 SPACE의 티켓.
정규 1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가진 공연이라 아직 들어보지 못했던 신선한 곡들을 많이도 들려주었다.
이 날 공연에서 들었던 노래 중 내 마음에 가장 깊게 남은 노래.

"말하러 가는 길"


장기하와 얼굴들의 매력을 꼽는다면 그 중독성 강한 퍼포먼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사를 꼽고 싶다.
퍼포먼스는 따라하는 그 순간 즐거움을 느끼지만 가사는 노래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까지 내 머릿속에 남아서 곱씹게되기 때문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가사가 시시콜콜하면야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소소한 것에서 감동과 깨우침을 얻는 나로서는 그 찰나의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잡아내어 멜로디를 붙여대는 그 능력 부럽기만하다.

'말하러 가는 길'도 한참이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그 감정을 '만나러 가는 과정'(현관문을 나서고 버스를 타서 남은 정거장을 세는)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다.

'현관을 나서는 순간 입술이 살짝 마르고, 10정거장 남은 버스를 타며 심장이 조금 뛰는', 작지만 디테일한 묘사는 웅장하고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감정전달에 효과적이다. 

결국 그에게 말했는지/아닌지 결말을 못박아주지 않고 끝내버린 곡의 결말도 마음에 든다.
기-승-전-결 중 "결말'을 특히나 중요시하고 '대안' 강박증에 걸려버린 나에게 결과가 아닌 그 행동/말을 꺼내기 전 수많은 과정을 돌이켜보게하는 노래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