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떤 생각하고 사나요

[리뷰] 연극 최종면접


최종면접
일정: 2009.03.04 ~ 2009.05.31
장소 : 서울, PMC 소극장 1관 - 약도
출연 : 홍성기, 안영주, 박경옥, 우승권 

■줄거리
세계적인 가구회사 ‘데끼아 코리아’는 영업팀장을 뽑기 위해 최종면접에 오른 강만석, 오병달, 이영애, 여성구 총 4명의 응시자를 한 곳에 모은다. ‘데끼아 코리아’의 채용방식은 다른 기업들과는 남다른 방법으로 “그뢴홀름 방법”이라는 채용방식이다. “그뢴홀름 방법론”이란 오직 강한 개체만이 다른 개체를 물리치고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이론과 구성원들간의 상호작용에 근거한 방법론을 근거로 한 방법론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4명의 응시자는 서로를 탐색하다 면접실의 서랍에서 나온 작은 미션 봉투를 가지고 면접을 시작한다. 첫 번째 미션은 응시자 4명 중 한 명은 ‘데끼아 코리아’의 직원이니 10분 간의 토론을 통해 그 사람을 밝히는 것이다. 이렇게 면접은 시작되고 4명은 가짜 응시자를 밝히기 위해, 자신이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토론하고 경쟁한다. 우울증에 빠져있는 오병달의 문제, 성전환을 생각하고 있는 여성구의 문제 등 이해하지 못할 문제들이 나오면서 이들은 점점 면접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면접의 끝에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최종면접, 그 제목에 관해...      

참 오랜만에 본 연극이었다.
요즘같은 시기 귓가를 날카롭게 만드는 제목. '최종면접'

공연을 보러가기 전 친구들에게 "야, 나 오늘 최종면접 보러가."라는 농담을 건네고 그 반응을 보고 싶게 만드는 제목.(해보고 싶었으나 그냥 그만 두었다.) 뭐 아무튼, 나같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한듯. (특히나 요즘.)

최종면접으로 검색을 해 보니...

공연을 보러가기 전 극장의 위치를 찾고자 '최종면접'으로 검색을 해 봤다.
뭐 역시나 참 다양한 기업과 관현한 최종면접의 소식들이 즐비하다. 그래도 안심했던건 공연에 관한 검색 결과가 제일 상위에 있어서 찾기 쉬웠다는 점?


공연을 보기 전, 선입견을 가지는 건 참 나쁜 버릇이다. 어떻게 보든 자신이 이미 지어놓은 틀에 맞춰 해석해서 새로운 감동이나 감각을 일깨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뇌 운동'을 귀찮아하는 법.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의 힘을 빌려 조금이라도 더 편해지려는 본능의 소유자답게, 나도 그만 나쁜 버릇을 가지고 말았나보다. 슬프게도.
이 검색 결과를 보며 최종면접의 연극에 대해 내가 가졌던  선입관
뭐, 결국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구직자의 모습을 연극적인 요소로 적절히 희화하고 해석하는 공연이겠구나..

#공연 전 받은 미니어쳐 소주병

티켓을 끊으러 매표소에 가니 티켓과 함께 조그마한 미니어쳐 소주병을 건넨다.
뭐, 당연히 프로모션이었겠지만, 소주병을 받아들고 한참이나 '하고많은 것 중 소주를 주는 이유는 뭘까?' 라고 고민하게 만드는 나름 깜짝 행사였다.

역시 최종면접답게 음주관람을 허용하는건가? 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공연장으로 올라갔다.

#그보다 더 좋은건 사람에게 딱지붙이지 않는거죠!

제목과 줄거리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공연은 최종면접의 상황이다. 4명의 면접자가 오고 최종으로 합격할 사람을 가리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면접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데끼라 코리아 회사의 어느 면접장.

관객석에 앉은 우리는 그 면접 상황을 지켜보는 말없는 채점관일지도.

하지만 공연을 보는 내내 내가 느꼈던 건 구직자-면접관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인간의 이야기었다. (야호, 내 선입견은 완전히 글러먹었다!!)

각각의 인물이 풀어내는 자신들의 이야기 중 내가 제일 몰입해서 보았던 부분은 바로 성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여성구'의 이야기.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다 결국 성전환을 결심하고 얼마전부터 호르몬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성구를 대하던 면접자 3명의 태도는 급변한다.

특히나 시종일관 상대방을 비아냥거리는 강만석의 비아냥은 여기서 최대치에 도달!
성전환을 하려는 여성구를 회사에서 내쫒아야한다며 성적으로 비하하고 모욕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여성구가 성전환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다만 문제가 되는 건 성전환을 하고 회사에 돌아왔을 때, 여성구의 비서는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은 남자같은 여자를 모셔야 된다는 거죠!

난 여성구를 해고 하지 않을 겁니다, 여성구가 성전환을 하고 난 뒤 그 수술이 성공해서 쭉쭉빵빵한 여성자로 변했는지 확인하고 싶으니까요.
 강만석의 비아냥거림에 온갖 상처를 받은 여성구는 자신을 '호모'로 칭하는 강만석에게 이렇게 소리지른다.
난 호모가 아니예요! 성전환잡니다! 아니, 그보다 더 좋은건 사람에게 딱지 붙이지 않는거죠!

성전환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멀리 하는 대학 동기 이영애에게도 여성구는 애절하게 말한다.
영애야, 난 네가 내 친구로 그냥 있어주기만 바랄뿐이야. 나...나 예전과 똑같은 인간이야.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여성구. 그저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가려는 그에게 세상의 눈은 차갑기만 하고, 결국 여성구를 제외한 면접자 3명은 여성구를 회사에서 해고시키는데 동의한다.

아내 몰래 자신의 부서 신입여사원과 바람을 피고 회사 사업을 망쳐버린 사람은 용서하고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주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아를 찾기위해 큰 용기를 낸 자에게는 차가운 사회.

결국 4명의 면접자 중 가장 마지막까지 남게되는 인물을 보며 세상은 정말 정글같다고 생각했다.
정글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잔의 나무덩쿨타는 실력이나 동물들을 사랑하는 착한 마음가짐이 보다는 총 한자루를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일까?


공연후 대사를 곱씹게 되는 오랜만에 단비같은 연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