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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하고 사나요

타협하지 말라

타협하지 말라.

 

 

 

현실과, 유관부서와, 그리고 나 자신과.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을 하는 내가 원칙같이 생각하는 말이지만

일을 진행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타협'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사실 '타협'이라고 표현하기도 애마한 것이 많다.

내가 기획한 작업을 검토하는 사람들은 대게 작업을 직접 실행하는 사람들이고,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건 바로 나다!

그러므로 그들이 제한적인 일정과 리소스를 가지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 줄 때 경청해야 한다.

절대로 흘려듣거나 무시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들의 의견을 모두 묵살하고 내 생각만 고수하는 것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조언은 모두 무시하는 고집불통 꽉 막힌 사람이 되는 셈이다.

(물론,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는 내가 꼭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쉽사리 양보해서는 안될테지만, 말도 안되게 고수한다면 '앞으로 저 사람과는 일하기 싫다' 라는 뒷소문을 듣게 되겠지...ㄷㄷㄷ)

 

그런 점에서 언제나 '타협'과 '협력'의 모호한 경계에서 방황하는 나에게

타협없이 자발적으로 멋지게 일을 치뤄낸 것 같은 사건이 하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났다.

 

[BATKID in Sanfransico]

백혈병을 앓고 있는 한 소년의 꿈(배트맨이 되고 싶어효!)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시민 12,000명과 지역  경찰서장, 방송사,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함께 참여한 이벤트.

 

↑ abc 뉴스에 샌프란시스코 경찰청장이 고담시를 구해 달라며 긴급 메시지를 보낸 방송이다.

마지막 부분에 살짝 윙크를 하며 배트키드를 언급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 버락 오바마 역시 배트키드 마일스에게 고담을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시민들도 환호한다. 

 

 

사업팀에서 일하면서 생긴 습관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이벤트를 볼 때

'어떻게' 저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진행할 수 있었을까?를 상상해 보는 것인데

이번 샌프란시스코의 고담시 빙의 작전은 과연 얼마나 타협하지 않고 진행했을까가 궁금해졌다.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본 결과, 분명 소소한 타협은 있었겠지만 타협보다는 자발적인 참여 기반의 '하모니'였으리라.

 

왜냐하면 규모가 큰 사업일수록 사람들의 참여 동기는 자신의 이익에 따른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머릿속에 그려지는 최종 결과도 제각각이기 쉽다. 수십 수백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에 전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참여한다면 매 단계 단계가 넘어야 할 산이고 깍아내야 할 바위일 것이다.

 

때문에 최초 기획자가 그려놓은 설계도에 완벽하게 가깝거나 보다 더 아름답게 나오기는 어려운데, 배트키드 프로젝트는 참여 동기가 명확하고 순수했기 때문(5살 마일스의 소원을 이루어주자!)에 한 어린아이의 소박한 소원에서 시작했지만 만명을 넘는 시민들과  미국 대통령까지도 참여하여 가슴 훈훈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 '타협하지 말라'는 말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철두철미한 무장보다는 함께 일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목표를 함께 그릴 수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게 아닐까 란 생각이 든다.

 

 

 

햇님과 바람이라는 동화에서도 결국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를 거머쥔 것은

차가운 바람으로 상대의 몸과 마음을 얼어붇게 만든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상대의 입장을 포용해 준 햇님이었으니까.

(결론, 갑질하지 말자.좀 더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키우자)